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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이야기/킹숭이랑 함께하기

모유수유에 대한 나의 소감ㅎㅎ

by CheeseBro 2023. 5. 30.



임신 기간에 거의 순산하는 거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육아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모유 수유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 보통 분유를 많이 먹는거 같아서 미리 괜찮은 분유랑 젖병을 구매해뒀었다.

킹숭이가 태어난 바로 그날 저녁 아기를 확인하러 신생아실에 갔었다. 아기를 낳고나서 처음 마주하는 때였다. 손가락 발가락 다 확인하고서 병실로 돌아가려는데, 간호사가 모유수유를 하고 가라고 나를 붙잡았다. 아기를 낳은 지 4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때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때였다. 나는 내일 해봐도 되냐고 물었지만, 아니라고 지금 하고 가라고 간호사가 날 보내주지 않았다...ㅎㅎ

난 진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 첫 수유 감동의 순간이라며 간호사가 사진을 찍어주었다.ㅋㅋㅋㅋ

그렇게 처음으로 젖을 물렸다. 머리를 어떻게 받치는지도 몰라서 어깨엔 힘이 잔뜩들어가고, 아기 입이랑 가슴이랑 위치를 맞추느라 두 손을 어찌할줄 몰라했다. 첫 수유를 하고 땀을 뻘뻘 흘렸던거 같다..ㅋㅋㅋㅋ 그렇게 병원에 있는 동안 아픈 똥꼬를 무릎쓰고 수유콜이 오면 신생아실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수유 방법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주거나 하지 않아서 하는 법도 모르겠고, 애도 먹는거 같지 않아서  솔직히 수유보단 그냥 킹숭이 만지러 가는거였다.ㅎㅎㅎ

2박3일 후 퇴원하고 조리원에선 자연스럽게 분유를 먹였다. 젖 도는 느낌도 안나고 모유 수유에 대한 의지도 없었다. 젖이 아예 안돌아서 난 젖이 안나오나보다 생각했었다.ㅎㅎ 그러다 조리원 간호사가 유축기를 써보라해서 호기심에 손을 댔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

첫 유축

하라는 대로 30분 동안 첫 유축을 했고 3방울의 모유를 얻을 수 있었다. 역시 난 모유가 안나오나 보다 주던대로 분유먹여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유축 다음부터 가슴이 단단하게 뭉치더니 아프기 시작했다. 유축양도 할때마다 2배수로 늘기 시작했다. 조리원 모유실장님이 와서 마사지로 단단해진 가슴을 풀어주니 5분만에 160ml짜리 젖병 1개를 다 채우는 젖부자가 되고야 말았다...  매 유축마다 넘치는 모유를 받아내느라 젖병을 2개씩 썼었다... 그마저도 가슴을 싹 비워낸 게 아니어서 계속 가슴이 무겁고 아팠다ㅜ 옷은 계속해서 젖었다. 조리원 있는 동안 아이스팩을 계속 가슴에 대고 살았었다.

이렇게 젖양이 많아서 가슴이 아프면 답은 직접 물리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애기가 먹고싶다고 할때마다 물리면 애기가 먹는 양에 자연스레 맞춰지게 되고 남는 모유양은 점점 줄어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강제 모유수유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ㅎㅎㅎ

조리원 시절 킹숭이 (킹숭이 허락을 못받아서 얼굴공개는 x) 신생아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모유량이었다...ㅎ

조리원에 있는 동안 직수를 마스터하는게 목표가 되었다. 처음엔 계속 유두보호기를 착용했었는데, 모유실장님이 보호기 없이 바로 물리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조리원 후반기에는 보호기 없이 바로 수유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아기가 먹는 양에 비해 젖양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에 모유직수를 한 지 한달이 넘어가도록 가슴이 아팠다ㅜㅜ 40일 가까이 되어서야 가슴이 조금 안정되었다. 산후관리사가 집에 오는 동안에 자느라 한 타임은 분유를 먹였는데 자고 일어나면 역시나 가슴 아프고(슬프다는 뜻 아님 진짜로 가슴이 아픔) 젖때문에 옷이랑 이불이 흥건히 젖어있었다.ㅎ

오늘로 킹숭이가 태어난지 77일째인데, 이제서야 모유수유가 쉬워진거 같다. 젖병 수유보다 직수가 훨씬 편하다는걸 느끼는 요즘이다. 그런 와중에 단유를 결심했다. 한번에 아예 안줘! 이게 아니라 1~2달 간격으로 서서히 줄여갈 계획이다. 현재 막수를 분유로 주고 있다.

아기 100일이 지나면 모유수유가 진짜 꿀이라던데ㅜㅜ 근데 그 이후로 단유를 하게 되면 마음이 더더더 힘들거 같아서 지금부터 서서히 단유를 해 갈 생각이다. 막상 단유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울적하다ㅜ 단유우울증이라는 말을 처음에 듣고 뭔 저런말이 다있나 했는데, 지금은 십분 이해가 간다. 진짜 상상만으로 우울하다ㅜ


본인의 초상권과 나의 찌상권을 지켜주면서 맘마 먹는 킹숭이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고, 모유를 먹을때 뇸뇸뇸 움직이는 볼살과 위아래로 살랑살랑 움직이는 뒷통수, 내 가슴에 올리는 작은 손을 더 못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ㅜㅜ 이 모습 진짜 너무 사랑스러운데ㅜㅜㅜㅜㅜㅜ


그럴때마다 오은영 박사님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 잡는다. 아이도 나이값을 해야하고 때에 맞게 독립해야 한다고ㅜㅜ 아기를 독립시키는게 이렇게 마음 아픈일일 줄 꿈에도 몰랐다. 아마 어린이집 보내게 되면 또 눈물 줄줄일거 같다...ㅎ



단유하기로 결심만했는데 마음이 울적해서 기분을 정리해볼겸 블로그에 몇자 찌끄려봤다ㅎ  솔직하게는 아기 낳기 전엔 내 젖꼭지 뜯기는거도 싫고 내 영양분 뺏기는거도 싫어서 완분할 생각이었다. 근데 이게 웬걸,,,, 킹숭이 낳기 전엔 아기 막 키우는 쿨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낳아보니 조리원에서 24시간 모자동실을 못한걸 후회하고 있는 질척맘이 되어버렸다..ㅎ 내 새끼 낳으면 이렇게 소중하고 이쁠줄 누가 알았냐구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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