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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이야기/킹숭이랑 함께하기

40주 2일 킹숭이 드디어 만나다...!(생각보다 안 아팠던 초산 자연분만 출산후기)

by CheeseBro 2023. 3. 29.



막 태어난 쪼꼬만 킹숭이 발♡


3월 15일 킹숭이를 만났다 ㅎㅎㅎ 예정일은 3월 13일이었는데 이틀지나 태어났다. 예정일 다되도록 신호가 없어서 3월 22일에 유도분만 예약도 잡아 놨었는데 다행이 그 전에 태어나줬다.ㅎㅎ 유도분만은 절대 하기 싫었단말야ㅜㅜ

여느 블로거처럼 나도 출산 후기를 남겨볼까한다ㅎㅎ 순산에 집중하느라 사진은 하나도 못찍었다. 분만실에서 낑낑대는거 남편한테 하나만 찍어달라구 할걸 아쉽당 ㅜㅜ



예정일이 이틀지난 3월 15일 정확히 오전 6시에 몸속에서 퐁 하고 터지는 느낌과 함께 눈이 번쩍 떠졌다. 혹시 양수가 터진걸까 재빠르게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갔다. 변기에 앉으니 쉬야가 나왔다. 어디서 본 기억으로는 싸다가 끊을 수 있으면 쉬야고ㅋㅋㅋ 안 끊어지면 양수라그래서 오줌 누는 동안 한번 참아봤더니 참아졌다. 정확이 오줌이었다ㅎㅎ

그래서 오늘도 날이 아니구나 싶었는데 볼일보고 일어났는데 점액질 섞인 피가 보였다! 와 드디어 이슬을 보는구나 싶었다. 이슬을 봤기 때문에 3일 안에 아기를 만나겠구나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걸.... 바로 배가 싸르르 아프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맘스 안심팬티로 갈아 입고 다시 침대에 누워 배 아픈 강도를 느껴 보았다. 계속 배가 생리통 정도로 아팠다. 진진통이라 하기엔 생각보다 참을만해서 진통 간격 측정하는 어플을 깔까 말까 고민했다. 10분 동안 고민했을까 아픈 간격이 짧은듯하여 측정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진통 어플을 깔았다. 바로 1분 진통 5분 휴식 으로 규칙적인 진통 간격이 체크되었다. 이슬 보자마자 바로 이렇게 된다는 게 의아했고, 무엇보다 고통이 생리통 정도로 참을만해서 긴가민가 한채로 1시간 동안 진통 간격을 체크했다.

고통을 생으로 참아낸건 아니고, 임산부 요가에서 배운 호흡법으로 아픈 1분을 견뎌냈다. (사랑해요 영천 수련요가 ♡) 천천히 들이마시고 3초 숨참고 천천히 내쉬고 3초 숨참는 호흡법이다. 호흡에 집중하면 1분의 진통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어플에 병원 가라는 경고가 3번이 뜨고나서야 남편에게 병원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출산가방을 미리 다 준비해놨기 때문에 금방 출발할 줄 알았는데 병원갈 준비가 1시간이나 걸렸다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집에서 진통을 더 하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분만 병원은 강동미즈여성병원이었다. 아침 출근 시간대라 혹시 길이 막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여느때와 같았다. 가는 동안 진통 간격이 3분으로 줄었고 아픈 정도가 더 강해졌다. 나는 호흡에 더 집중했고, 진통 간격이 더 줄어들기 전에 어서 병원에 도착하길 바랐다. 자궁 문이 너무 많이 열려서 무통주사를 못맞을까봐 어찌나 걱정했는지 모른다.ㅋㅋㅋㅋ

병원에 9시가 안되어 도착했고 바로 3층 분만실로 갔다. 분만실은 가족분만실이었다. 들어가자마자 하의를 모두 탈의하고 내진부터 했다. 첫 내진이었다. 담당 원장쌤은 분만일 전까지 내진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동안 진료 받으면서 내진을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아프다는 얘기를 익히들어서 겁이났지만 그만큼 최대한 몸에 힘을 뺐다. 첫 내진이었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내진할때마다 의료진 손에 끈적이는 피가 계속 묻어 나오는 게 보였다..ㅋㅋㅋ)


나는 질퍽이다... 나는 슬라임이다... 생각하면서 몸에 힘을 쫙 빼면 내진이 하나도 안아프다!


내진결과 자궁문이 6cm 열려있다고했다. 응? 벌써? 내진을 해준 간호사가 엄청 아프지 않았냐고 어떻게 참고왔냐고 물었다.  '걍 참을만 하던데여...ㅎ' 속으로 답했다. 그냥 심한 생리통 정도로 숨만 잘쉬면 참을만 했어서 뭐라 답을 할 수가 없었다...ㅋㅋ 그보다 6센치나 열려서 무통 못맞는건가 그게 제일 무서웠다ㅜ

입원 준비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분만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용 바늘을 혈관에 꽂고 신속항원검사도 하고 등등등... 만삭 내내 변비에 시달렸기 때문에 관장은 언제하나 기대했는데 관장에 대한 말이 없었다. 나도 싹 쏟아내고 싶었는데ㅜㅜ 계속 기다렸는데 애기 다 낳을 때까지 관장은 없었다.

입원준비를 다 끝나니 1시간 쯤 지났나 다시 내진을 했고 8센치 정도 자궁문이 열렸다고 했다. 그리고 양수가 터졌다. 이때까지 무통주사 이야기가 없어서 너무 실망스럽고 무서웠다ㅜㅜㅜ

얼마지나 자궁문이 거의 다 열렸다고 했다.  하지만 아기가 아직 위에 둥둥 떠있다고 했다. 담당 원장님은 오늘 아가 낳고 저녁 먹게끔 하자고 했다. 나는 이 정도 진행 속도면 점심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분만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보다ㅎ

간호사가 드디어 무통주사 이야기를 꺼냈다. 자궁문이 많이 열려 무통 효과가 없을 수도 있는데 맞겠냐고 물었다. 뭐든 답하는데 오래 걸리는 나지만 이때는 바로 맞겠다고 답했다. 마취과 선생님만 오매불망 기다렸고 척추 마취를 했다. 내 척추뼈에 얇은 관같은걸 꽂는 느낌이 났다. 조금 뻐근하고 아팠다. 얼마후 주사액이 투입되었고 등이 시원해졌다. 다리가 저릿저릿 해졌고 배 아픈 게 사라졌다.

무통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아기가 내려와주길 바랐지만 몇시간 동안 내려오지 않았다ㅜ 무통 약발은 1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무통주사를 두번 맞았다. 촉진제도 투여했다. 간호사, 조산사, 의사가 번갈아 가며 내진을 했고 뭔가 심각한 분위기였다. 아기가 너무 안 내려온다고ㅜㅜ 담당 원장쌤은 3시까지 기다려서 안 내려오면 제왕절개를 하는게 낫겠다고 했다.

두번째 무통주사 약발이 떨어지고 이때부턴 짜증나는 고통이 계속되었다. 그전엔 1분 호흡하며 고통을 참으면 안아픈 몇분이 있어 참을만했는데 이때부턴 호흡이고 나발이고 계속 아팠다. 😑 무통주사를 더 놔달라고 요청했지만, 아기가 내려오려면 아파야한다고 놔주지 않았다. 그 순간엔 조산사가 너무 미웠다 ㅜ 이대로 아기가 안내려오면 제왕절개인데 더 버티느니 지금 해달라고 할까 속으로 몇번 고민했다. 그동안 버틴게 아깝기도 하고 역시 장기를 찢는 수술은 넘 무섭기때문에 열심히 숨쉬며 고통을 참아냈다.

아기가 내려오는걸 마냥 기다리지 않고 힘줘서 내려보내는 연습을 했다. 조산사가 내 밑을 마구 넓혀댔지만 배가 더 아팠기때문에 밑의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영천에 살때 임산부 요가다니면서 힘주는 자세를 연습했었는데, 더 빡세게 단련했어야했다. 실전은 연습보다 훨씬 빡셌다. 온힘을 다해 숨 참고 응가하듯 힘을 주는데 조산사랑 간호사는 계속 더더더더더를 외쳤다ㅜ 여기서 더는 읎는데여...ㅜ

아기를 가져야겠다고 계획한 때부터 출산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맘먹었기 때문에 분만할때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순산에 집중했다. 아프다고 소리지르지 않기, 눈감지 않기, 이 악물지 않기, 얼굴에 힘주지 않기를 되내이며 힘을 줬다. (근데 얼굴에 힘안주기는 잘 안됨...밑에만 힘주는거 더 연습했어야 했는데 후회됨 ㅜ) 아마 응가도 여러번 눈거 같다. 간호사가 몇번 내 엉덩이를 닦아 줬다.


열심히 힘을 줬고 간호사가 주치의 선생님 호출 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면 분만이 거의 끝무렵이라는 뜻이다...! 계속 진통 주기에 맞춰 열심히 힘을 줬다. 이때부턴 간호사가 내 배를 눌러줬다. 내 갈비뼈와 상복근으로 애기를 밀어내고 싶었는데, 역시 실전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ㅎㅎ 어떤 후기를 보니 이 배누르는게 엄청 아프다던데 난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었다.

머리가 나왔다고 힘을 빼라는 명령이 들렸다. 요가 다닐 때 선생님이 분만할때 힘 주는거보다 빼는게 더 힘들다고 했는데, 힘주는 게 넘넘넘넘 고되서 힘 빼는건 정말 쉬었다. 그러고 힘을 한번 더 주니 어깨가 나왔고 힘을 빼니 애기가 슝 나왔다. 2시 35분 킹숭이가 태어났다 👶 ㅎㅎㅎ애기가 나올 때 세상 느껴보지 못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랬는데 마취때문인지 엄청난 개운함은 느끼지 못했다.

킹숭이가 배 위에 올려졌다. 상상에서는 킹숭이가 태어나면 눈물이 났었는데 실제로 보니 드라마에서 보던 더미 인형 같아 보여서 현실 같지 않고 얼떨떨했다.ㅋㅋㅋㅋㅋ 애기가 실리콘 인형마냥 너무 매끈했다ㅋㅋㅋㅋ  남편이 탯줄을 잘랐다. 킹숭이 후처치하고 남편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남아서 후처치를 받았다. 후처치도 꽤 아팠다. 아기 나오고 나면 귀신같이 배가 안아프다는데 난 아팠다ㅜ 뭔가 이상이 있는건가 했는데 원래 그렇단다. 태반 빼는 것도 아팠는데 아기 나올때보다 더 정신이 있어서 그런건지 아기 나올때보다 태반 빼내는게 더 시원한 느낌이었다.ㅋㅋㅋ 회음부도 꼬맸다. 후처치 금방 끝날줄 알았는데 오래걸렸다. 출산 모든 과정이 내 예상과 상상을 벗어났다. ㅋㅋㅋㅋ 주치의 선생님은 애기가 워낙 안내려와서 제왕절개를 할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건 절대 안되지ㅜㅜㅜㅜ 후처치가 끝나고 무통주사를 한대 더 맞았다. 넘 고마웠다..ㅎㅎ

마취가 풀리고 입원실에오니 그제서야 열심히 힘준 후유증이 느껴졌다. 몸을 일으키느라고 나도 모르게 팔힘을 엄청 썼는지 이두가 엄청 아팠다ㅋㅋㅋㅋ 알이 제대로 배겼다. 그리고.... 똥꼬에 포도송이가 달려있었다ㅜㅜㅜ 치핵이 생겨서 앉는거도 힘들고 걷는거도 힘들고 아주 열흘을 고생했다. 치핵은 좌욕이랑 케겔운동이 답이다.

아무튼 무사히 별탈없이 킹숭이를 만났다ㅎㅎㅎ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눈물 난닿ㅎㅎㅎ 더더더더더더더더 잘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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